읽고보고듣고

[2014-3-24] “내 삶을 바꾼 한 구절”(박총)을 읽고

9035log 2023. 10. 14. 00:04

 

십년도 더 된 예전에, 복음과 상황에 연재되던 “밀월일기”를 킥킥거리면서 재밌게 읽었던 나로서는 필자였던 박총을 그때부터 나름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했다. 그런데 단행본으로 묶여나온 “밀월일기”나 그 다음에 나온 “욕쟁이 예수”등의 책은 읽으려 했으면 읽을 수 있었을텐데 어찌된 일인지 나를 비껴 지나갔다. 아니, 내가 비껴 지나갔는지도 모른다.

그러다가 이제서야 “내 삶을 바꾼 한 구절”이라는 약간은 자기계발+독서의식 함양의 느낌이 나는 제목의 책으로 박총을 다시 만났다.

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,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더 많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. 저자는 자신의 독서를 통해 건저올린 글귀들을 모아서 그 글귀들에 본인의 감상을 짧게 적어놓았다. 저자 자신의 독서에서, 자신이 필이 꽂힌 구절을 뽑아 놓은 것이니, 독자가 그 구절들이 다 마음에 들 수는 없다. 나 역시 그랬다.

하지만 단순히 신앙서적이나 성경에서만이 아니라, 그의 폭넓은 독서의 스펙트럼 덕분에 이전에 알지 못했던 책이나, 작가를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고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. 각 꼭지마다 번호가 붙여져 있지 않아서 일일이 셀수는 없지만 360여 페이지의 분량에 한 꼭지가 한 두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니 꽤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낸 셈이다.

이 책은 이 책 자체로서 보다, 이 책을 통해 더 넓은 독서의 세계로 날아올라가는 발사대 역할로 더 큰 의미가 있다.

<읽으면서 밑줄을 그었던 부분들. 저자가 뽑은 문장들 보다, 저자 자신의 감상에 더 많은 밑줄이 그어졌다>

* 어쩌면 위인 전집에 이름을 등재한 이들은,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생생한 삶을 희생한 독종둘알자도 모른다. 21p

* 고통은 피하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, 그것을 흡수할 수 있는 전체의 살아있는 피조물이 있으므로 그들과 함께 나누게 되는 것이다. 47p

* 구제는 없다, 모든 나눔은 우리가 잔 밪을 장기 상환하는 것일 따름이다. 49p

* 너희들은 누구든지 두 가방을 가져야 한다. 상황에 따라 둘 중의 하나를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. 오른쪽 가방에는 “나 때문에 세상이 창조되었다.”, 왼쪽 가방에는 “나는 흙이며 재이다.” 인간사의 제문제는 이 둘 사이의 모순을 껴안는 대신 한쪽을 취하고 다른 한쪽을 버리기 때문에 생긴다. 61p

*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. 이와 모순되게 보이나 인간의 불가능성도 무한하다. 이 양자 사이에 그의 고향이 있다. 62p

*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,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되었다. 76p

*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안식일이 우리에게 어떤 날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. 77p

* 악마의 최고 업적은 약함을 부끄러운 것으로, 강함을 자랑스러운 것으로 고착사탄 것에 있다. 81p

* 항상 복음을 전하라. 꼭 필요하다면 말도 사용하라. 86p

* 기독교는 한 분의 신이 홀로 존재하는 건조한 일신론의 종교가 ㅇ라니라 세 ㅇ린격의 하나님이 하나가 되는 역동적 삼위일체론의 종교이다. 이것은 단순한 교리 나부랭이가 아니다. 나는 안다. 모든 아름다운 것은 삼위일체라는 ‘복수형 단수’에서 나옴을. 91p

* 우리 시대에는 스타를 갈망하는 바다 속에서 시시한 삶의 자리를 지켜내는 투쟁이 요청되는 것읻가.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내적 혁명을 일으키고, 시시한 삶을 선택&결단함으로써,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중생들의 마음결을 살피고, 그들과 함께 혁명하는 것이다. 106p

*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, 비본절적인 것에는 자유를, 모든 것에는 사랑을. 108p

* 누가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그 사람에게 인내심을 줄까요? 아니면 인내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려 할까요?
용기를 달라고 하면 용기를 주실까요? 아니면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?
만일 누군가 가족이 좀 더 가까워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뿅ㄴ하고 묘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할까요? 아니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실까요? 120p

*영웅적인 업적을 이룸보다 일상을 아름답게 살아냄이 더 위대하다. 150p